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호평을 받았던 '헌트'를 넷플릭스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극장에서 개봉 했을때부터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되지 않아 아쉬워하던 차에 굉장히 반가운 영화 였습니다. 대한민국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일 들을 꿰뚫고 있는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며 압박하는 두 요원이 극을 이끌어 나갑니다.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여 ‘사냥꾼’이 될 것인지 아니면 내가 상대편의 ‘사냥감’이 될 것인지 서로 긴장의 끈을 놓을수가 없습니다.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 ‘동림’ 색출 작전을 시작합니다. 스파이를 통해 일급 기밀사항들이 유출되어 하는 작전마다 실패를 거듭하게 되고 팀원들을 잃게 됩니다. 서로 날 선 대립과 경쟁을 계속 하던 중에 해외팀과 국내팀은 서로를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조사를 하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잡지 못하면 나 자신이 스파이로 지목될까봐 두 팀 사이에는 불꽃이 튑니다. 이 둘간의 섬세한 감정선과 표현을 보고 이정재가 배우 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굉장한 자질이 있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섬세함과 깊이 있는 연출을 보며 많은 영화계 평론가나 관계자들도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정재가 신인감독상도 수상하게 된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들의 아픈 역사
1980년대 군사 정권시절의 이야기들이 배경으로 나옵니다. 5.18 민주화 운동, 아웅산 테러사건, 전투기 조종사 이웅평 귀순사건등 이런 역사적인 사건들 사이에 실제로 있을 법한 상상의 이야기들을 더하여 영화는 풍부해 집니다. 안기부에서 대학생들을 데려다가 간첩으로 몰고 심한 고문을 하는 장면들도 거듭되어 나오는데 굉장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시간이 흘러 평호가 스파이 인것이 밝혀지고 정도 또한 민간인을 학살한 독재자를 차단 하려 합니다. 두사람의 방법 접근을 달랐어도 그 목적이 같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기는 두사람이 같은 목적을 향해 고군분투 하며 긴장감을 더해갑니다. 사실 액션신도 많고 멋있었지만 전 두 배우의 감정신이 더 인상 깊었습니다. 확실히 연륜에서 나오는 깊이와 두 배우가 워낙 친분이 있어서 그런지 두 배우만의 시너지가 빛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주고 받는 대사 뿐만 아니라 눈빛 하나 하나에서 힘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바탕으로 한만큼 몰입도도 더 좋았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자기가 죽을줄 알면서도 유정을 찾아가 여권을 쥐어주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라고 얘기하는 평호는 그 아픈 역사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위하는 무언가 끈끈함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 러닝타임동안 쉴틈없이 몰아치는 배우들의 연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다 보니 두시간이 지나 어느새 엔딩크레딧이 올라갔습니다. 호흡이 워낙 짧아 중간에 멈추지 않고 긴장을 유지 한채로 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나이들며 더 멋져지는 두 배우
이제는 워낙 꽃미남의 젊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지만 이정재와 정우성 모두 한시대를 풍미했던 배우들로서 아직도 많인 팸덤을 형성 하고 있습니다. 이런 흡입력 있는 두배우의 만남이 영화의 완성도를 올려주었다고 생각 합니다. 아마도 감독인 이정재 역시 데뷔작에 자신의 가장 친한 배우중에 한명인 정우성을 캐스팅 한것 도 같은 맥락에서 볼수 있겠지요. 하지만 두 배우의 만남은 우리를 실망 시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주름까지도 멋있어진 두 배우들과 깊이있는 눈빛이 영화 내내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리고 액션신도 굉장히 많았는데 두배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역시 영화에서 꼭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 합니다. 중간 중간 나오는 조연들 역시 빈틈 없는 연기로 영화를 꽉 채워주었습니다. 근현대사를 책으로만 배웠던 젊은 친구들이라면 한번쯤 실제의 이야기가 녹여져 있는 이 작품을 영화로 만나는 것이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보면서 우리가 어쩔수 없이 겪어 내야했던 일들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우리가 처한 환경에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도 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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