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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녀, 그 풋풋했던 첫사랑 속으로

by MindfulMomentum 2023.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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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주인공들

17살, 얼굴만 봐도 풋풋하고 기분 좋아지는 주인공들에게 첫사랑이 다가왔습니다. 사랑보다 우정이 더 중요한 17살 소녀 ‘보라’(김유정)에게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숙제가 생겼습니다. 심장수술을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연두’(노윤서)를 대신해 연두의 첫사랑을 관찰해 소식을 전해주는 것입니다. 딱 여기까지만 봐도 벌써 예감이 옵니다. 삼각관계가 펼쳐지겠구나 하고요. 절친끼리는 좋아하는 스타일도 겹치는 걸까요. 그의 이름은 '백현진’(박정우), 키는 181cm, 발사이즈 280mm, 좋아하는 운동은 농구입니다. 피지컬도 좋고 취미생활도 건전한 첫사랑이 되기엔 안성맞춤인 고등학생입니다. 그에게는 매일 붙어다니는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바로 '풍운호'(변우석), 백현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풍운호에게 접근하기 시작하는 보라,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백현진의 정보를 알아내며 풍운호와도 미묘한 관계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연두가 좋아했던 사람은 사실 백현진이 아닌 풍운호였습니다. 이것은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요. 사랑보다 우정이 중요했던 이 둘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요. 보고 있으면 흐뭇한 미소를 계속 짓게 되는 사랑스러운 주인공들로 인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집니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고등학생들만 보면 '너무 예쁘다. 곱다.'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걸 듣고 도대체  '얼굴이 예쁘지도 않은데 뭐가 예쁘다는 거야.' 이렇게 생각할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냥 그 젊음이 풋풋함이 반짝반짝 빛나고 예쁘다는 사실을요.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나의 고등학교 시절도 저렇게 사소한 일들로 가득차고 작은 것에 까르르 신나게 웃으며 지내왔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그리운 시절인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고3시절만 빼고는 말입니다. 정말 여고생들은 떨어지는 은행잎에도 까르르 웃는다며 이야기했던 한 과학선생님의 말씀 대로 우리는 그 시절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도 하하 호호 무엇이 그렇게도 좋았는지 배꼽을 잡으며 웃곤 했습니다. 그렇게 순수하게 웃으며 지냈던 건 대학에 가고 철이 들면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죠.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99년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 장면들이 가슴을 울렸고, 나의 첫사랑은 누구였나 생각이 문득 나기도 했습니다. 원래 첫사랑은 다 해피 엔딩이 될 수 없는 것인가 생각도 드네요. 보라와 운호와의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면서 내 마음도 같이 콩닥콩닥 하며 간질 간질한 감정들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그 애만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쿡쿡 쑤신다는 말을 하는 보라가 너무도 이해되기도 합니다. 더구나 고등학교 시절을 연기하는 이 네 명의 배우들이 하나도 이질감 없이 고등학생 역할을 찰떡처럼 소화해 내고 그 시절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 주어 더 깊이 빠져들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라의 첫사랑은 과연 어떤 결말로 달려가게 될까요. 해피엔딩일까요 새드엔딩일까요.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강력 추천

 운호와 보라는 서로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운호는 어쩔수 없이 뉴질랜드를 가게 되는데 언젠가부터 운호에게는 연락이 오지 않고 보라도 그렇게 시간이 흐르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 날 운호의 동생이 보라를 전시에 초대하면서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이 해소됩니다. 이 영화는 그 시절에 우리가 어떻게 연락했는지 어떤 것들을 하고 놀았는지 다시금 상기시키게 해 줍니다. 공중전화에서의 에피소드,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를 빌려봤던 것, 삐삐를 비롯해서 지금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버린 추억의 장소와 물건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렇게 때문에 그 장소와 물건들과 함께 묻어놓았던 우리의 감정들도 같이 새록새록 불러일으킵니다. 그 시절 수학여행은 거의 경주로 갔었죠. 저도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었는데 반 아이들이 모여 사진 찍는 모습을 보니 그 시절의 나와 친구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쳐 풋풋했던 첫사랑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그 시절의 콩닥콩닥한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20세기 소녀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 영화를 본 그날은 분명 행복하게 잠이 들 수 있을 겁니다. 혹시 꿈에 요즘은 연락을 잘 못하는 나의 절친이나 추억 속에 가려져 있던 나의 첫사랑이 나오기를 희망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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